* 솔직해지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인간사라는 것이 나의 의지대로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와 의지들의 충돌이기 때문에 더더욱 어렵다. 세상이 그렇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첫째로 어려운 일이요. 그 속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는 것이 둘째로 어려운 일이요, 마음을 다잡은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려는 것이 무엇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러한 과정중에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본인을 바로세우려면 그저 매순간 솔직한 것이 최선일 수밖에 없다. 이 사람 저 사람 목적에 맞게 말과 펜대를 굴리다 보면 단 한번 어긋나는 거짓말 속에서 쌓아왔던 많은 것들이 무너진다. 겉과 속을 일치시키는 것이 어찌보면 가장 어려우면서 쉽고도 안전한 길일지도 모른다.초등학생과 글짓기
내 딸이 초등학교를 다닐 때의 이야기였다. 어떤 학교의 글짓기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간 적이 있었다. 선생이 선정한 글을 감수하는 역할이었는데 그 뽑아논 글이라는 것이 하나같이 쓸모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탈락시킨 글을 읽어 봤는데 주옥과 같은 글이 많은 것이었다. 그 중 하나가 <나와 병아리> 정도의 제목이었는데 이런 내용이었다.
"나는 병아리를 좋아한다. 할아버지 집에 놀러갔다 병아리를 받아와서 키우기 시작했다. 병아리가 커져서 똥도 많이 싸서 귀찮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가족들이 병아리가 너무 컸다고 잡아 먹자고 했다. 나는 절대로 안된다고 했는데 어느날 학교를 다녀왔더니 병아리가 없었다. 나는 울며 불며 난리를 쳤다. 어머니가 밥을 먹으러 오라고 했지만 안 먹겠다고 소리를 쳤다. 저녁이 되자 배가 너무 고팠다. 밥을 먹으러 오라고 하여 굶어 죽을 것 같아 갔더니 닭고기가 있었다. 닭고기를 먹었더니 너무 맛있었다."
이런 좋은 글을 왜 탈락 시켰냐고 선생에게 물어봤더니 앞뒤가 안 맞는 글이라 탈락시켰다는 것이다. 병아리를 좋아했다면서 닭고기를 먹었을 때 맛있었다니 이런 논리가 안 맞는 글을 어떻게 뽑을 수 있냐는 것이다. 이런 선생은 학교에 있지 않는 게 좋다.
생각해 보라. 아이가 두 끼나 굶었으니 얼마나 배가 고팠겠나. 그런 상황에 맛있는 닭고기를 먹었으니 맛이 있지. 그런데 그걸 선생의 입장에서 끼워 맞추니 논리가 안 맞았겠지. 좋은 글이란 게 그렇게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인데 기존 교육 풍토는 그런 걸 나쁘다고 몰아댄다.
2009/02/27 12:48
생각의 단편
까먹기 전에...
* 요즘 들어서 블로그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나 역시도 블로그라는 녀석이 어떤 의미인가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여전히 변하지 않는 생각은 "도구는 스스로의 철학을 결정할 능력이 없다. 그 도구의 철학이라 불려지는 것은 대부분 그위에 겹쳐진 인간의 의지에 다름아니다." 라는 것.
* 그렇다면 그 의지의 측면으로 넘어와서 블로그를 쓰려는 목적성은 무엇인가 ? 나는 어떠한 목적성에 블로그에 누가 볼지도 모르는 공간에 번잡하게 글들을 남겨왔었을까 ?
- 내가 생각하는 것을 내어 놓음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나로부터 출발하는 커뮤니케이션 루프에 참여하게 되고, 그 과정상에 내가 그냥 가만히 있으면 놓쳐버렸을 수도 있는 소중한 인연( 누가 함께 비지니스로 얽히게 될지 어찌 아는가.)들과 잠정적 연결상태를 갖을 수 있다는 믿음... 나에게 가르침을 줄 수도 있고, 나의 논리중에 핵심모순이 되는 부분을 지적받을 수 있으리라는 느낌... 일종의 무형의 보상을 노린 투자라고도 할 수 있음. ( 물론 "비지니스" 나 "협상"의 관점에서 보면 나에 대한 정보를 노출한다는 점에서, 나의 잠정적 적들에게 나를 가늠해볼 수 있는 틀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일 수 있겠지만, 그정도로 내가 읽힌다면 내가 부족하다는 것 이상이하도 아닐터... 이를 넘어서서 다음단계로 가기 위한 채찍질 일수도 있을듯.. )
- 가끔은 생활에 얽힌 이야기도 함으로서 감성적인 교감을 하고 같이 웃음짓고 같이 슬퍼호가조 하는 욕구 ?
대부분의 문제는 블로그는 "나에 대한 것"이라고 이야기 하면서도 정작 다른 목적성이 더 강해져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본질과 괴리가 발생하기 시작할때 나타난다. 솔직한 글쓰기, 열린 커뮤니케이션, 반과 반을 창조적 정으로 유도하려는 지극히 인간적인 노력..등이 결여되면 "나"라는 연결고리를 떠나서, 의도되지 않은 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다. 솔직한 나의 의견과 느낌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게 아니라, 오로지 독자를 고려하고 이루고자하는 목적만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되어버리게 된다. 나 역시 이러한 충동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항상 이러한 느낌이 들때마다 참조하는 글이 있으니, 블루문님의 이어령 선생님 인터뷰의 맨 마지막에 나와있는 선생님의 "좋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 Context 가 안맞는 케이스도 많으나, 항상 이걸 보면 웬지 마음이 다잡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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