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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ster's thought,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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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0 01:57 Life Log
모든 물건은 그에 해당하는 합당한 추억을 지니고 있다.

심지어 고장나서 베란다에 쳐박혀 있는 멀티탭조차 그 당시의 컨텍스트를 가지고 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치열한 고민들이 이어졌던, 그리고 가장 아찔할뻔 할 수도 있었던 기억들을 흠뻑 머금고 있는 집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언젠가 점쟁이가 당신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곳에 살아야된다는 말을 했었던 적이 있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항상 그런 곳에 살때 했었던 일들이 잘 됐었다. 이 곳은 내가 살았던 곳중에서 가장 한적한 곳이었다. 커다란 공원이 뒤에있고 간간히 폭주족 오토바이 소리 말고는 차소리도 잘 안들리는..그래서인가(?) 유난히 힘든 기억들이 정말 많다. 아니 말도 안되는 coincidence 를 fate 로 연결하는 합리화를 하는 거인지도 모르지만, 남들 보기엔 가장 화려한 인생의 절정일 것 같은 그런 시기였는데 외람되게도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고통의 시기였다. 십수년전 구치소 쇠창살밖의 보름달을 볼때보다 더 처절한 경험들 투성이었다. 밖에서 눌리고 안에서 분출하는 감정과 이성의 융합과 분열에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한여름 영동대교 언저리에서 짓붉은 동이 터올무렵.. 그 순간을 몇번이나 쓰린 가슴으로 맞이했는지 모른다. 관계에 대한 고민들, 중요한 선택들.. 그리고 절대적인 시간을 필요로하는 분야에서의 무능력. 나의 약점들이 나를 전방위 포위하고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한 치열함은 또 한번 좌절이라는 나이테를 만들었고, 그 바깥에 또 한번 미래라는 살을 붙힐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준것 같다. 그러한 좌절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놀라우리만큼 담담한 이 모습은 있을수 없었을 것.

경민이가 머물렀던 짧은 기간동안 그야말로 가족의 재탄생이었건만, 아내와 내가 가지고 있는 야망이라는 존재는 순간의 행복보다는 언제나 현재의 희생을 선택한다. 아이가 지독히 자기인생밖에 모르는 나쁜 아빠였다고 나를 욕할지 모르겠다. 빈공간을 사랑으로 채워준 또다른 가족들에게 이 감사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n+1 번째의 이사가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내가 가장 좋아한 영화중에 HEAT 가 있다...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훵하게 비어있던 닐의 집.. 그게 바로 내 컨셉이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넓은 거실에 아무런 가구도 없고, 와인잔 두개가 전부인 그런 집. 다음엔 그런 집에 살테다. 점쟁이가 말한 조건을 맞출려면 집 바로 뒤에 고속도로라도 지나가야 하는데 그런 입지가 어디 있을런지 고민은 좀 필요하다.

나의 n-1번째 공간이여.. 아디오스!
마지막 꿈을 위해 이만 잠자리로 가련다.

2010.08.10 1:56AM
posted by Che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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